기다리는 동안
오늘도 아이는 라면 끓일 물을 다 닳게 했다. 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물이 끓는 동안 컴퓨터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고 그동안에 라면물은 졸아들어서 결국 냄비조차 타기 일보직전이 되어서야 아이는 가스레인지 쪽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렇게 불에 올려놓고 지 볼일 보다가 태워먹은 것이 냄비 뿐인가. 시커멓게 불에 탄 프라이팬은 또 그 얼마나 많은가. 목욕물 받아놓고 물이 넘치도록 또 지 볼 일 보다 물이 다 식게 생긴 일도 여러 번이다. 밥 먹으면서 책을 보고 책 보면서 텔레비전도 보고 휴대폰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