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서기 660년 백제가 패망한 후, 백제의 옛 땅은 당(唐)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 중심지는 한 때 백제의 왕도였고 사비시기에는 5방성(方城) 가운데 하나로 기능한 웅진성(熊津城), 즉 현재의 공주였다. 당을 구축한 이후 이곳에는 웅천주(熊川州)가 설치되었고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지방지배의 주요 거점이 되었다.
동일한 행정구역에 편제되어 있었다고 하여 반드시 문화적 동질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통과 통신이 미발달되었던 전근대사회의 경우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 비단 충남지역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들은 동일한 행정구역에 편제되어 생활해오면서 스스로를 다른 지역 사람들과 구분지어 생각하는 ‘지역정체성(地域正體性)’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지역정체성은 갑자기 창출된 것이 아니라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 것이며, 특히 이 지역이 국가의 왕도로 기능하였던 백제시기의 문화가 모태와도 같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백제는 비록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오랫동안 백제를 잊지 못했다. 그리고 후삼국시대(後三國時代)가 보여주듯 백제의 부흥을 기치로 한 봉기에 나서기도 하였
다.